왼쪽부터 스탠포드대학교 화학공학부 김권규 연구원, 서울대학교 기계공학부 방준혁 연구원, 서울대학교 기계공학부 고승환 교수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은 기계공학부 고승환 교수 연구팀이 사람처럼 로봇이 주변의 온도와 압력을 느낄 수 있는 인공피부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하나의 초박형 센서에서 열 자극과 기계 자극을 동시에 감지할 수 있는 새로운 멀티모달 촉각 센서를 구현했다. 이 소자는 사람 피부의 감각 처리 방식을 모사해 하나의 센서 내에서 온도 및 압력 정보를 효율적으로 추출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연구팀은 단일 부착형 센서 및 무선 스위칭 보드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일상생활에 쓰이는 물체 20종을 인간처럼 높은 정확도로 식별하는 데 성공했으며, 이 기술이 인간 촉감 수준의 고해상도 센싱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입증했다. 따라서 이번 기술은 현재 큰 이슈가 되고 있는 피지컬 AI의 핵심 기술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적 주목을 받은 이번 논문은 지난 3월 5일 재료과학 분야의 저명한 국제 학술지 ‘Nature Materials’ (IF=38.5, 상위 1%)에 공식 출간됐다.
최근 로봇과 인공지능이 실제 물리 세계와 상호작용하는 ‘피지컬 AI(Physical AI)’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피지컬 AI는 로봇이 단순히 계산하는 수준을 넘어, 주변 환경을 보고, 만지고, 느끼며 판단까지 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술이다. 특히 사람의 피부처럼 온도와 압력 같은 다양한 촉각 정보를 동시에 감지하는 센서는 피지컬 AI 구현을 위한 핵심 기술로 꼽힌다.
사람의 피부는 온도와 압력 등 서로 다른 자극들을 빠르고 정교하게 처리한다. 그러나 이를 모사한 기존의 멀티모달 감각소자들은 여러 개의 센서를 따로 배치하거나 여러 기능 층을 쌓는 방식으로 구현돼 왔다. 이 경우, 시스템 구조가 복잡해지고 측정 장치가 커질 뿐 아니라 반응성 요소로 인해 응답 속도가 느려지고 동일한 위치에서 여러 자극을 정밀하게 읽어내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따라서 하나의 얇고 유연한 감각소자만으로도 사람의 피부처럼 복합 자극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새로운 인공촉감 플랫폼의 개발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특히 인간 피부를 모사한 멀티모달 감각소자 기술은 피지컬 AI의 핵심 기술이자 로봇이 사람처럼 주변을 인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술로, 그 필요성이 나날이 증대되고 있다.
이 문제의 해결에 나선 고승환 교수팀은 은(Ag) 코어와 산화구리(Cu2O) 쉘로 이루어진 코어-쉘 나노와이어 네트워크를 이용해, 하나의 소자 안에서 열 감지 모드(T mode)와 기계 감지 모드(M mode)를 초당 16회 전환하는 구조의 소자를 구현했다. 이 소자는 초박형 단일층 구조를 가진 덕분에 기계 자극에서는 서브마이크로초(sub-microsecond), 열 자극에서는 밀리초(millisecond) 수준의 빠른 응답 속도를 보였다.
또한 기초 물체 분류 실험에서 두 감지 모드의 인터리빙(interleaving) 신호를 인공지능 모델에 학습시킨 결과, 열 신호만 또는 기계 신호만 사용할 때 약 65% 수준이던 분류 정확도가 95%까지 높아졌다. 또한 데이터 수를 줄인 조건에서도 94.53%의 높은 정확도를 유지했다. 이어 무선 측정 보드와 결합한 손끝 부착형 센서로 20종의 생활 물체를 검증한 결과 83%의 검증 정확도를 기록했다.
그리고 연구팀은 멀티어레이 플랫폼을 제작해 열, 압력 분포를 사람 피부 수준의 해상도로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이번 기술이 단일 소자 수준의 감지 성능을 넘어, 사람 피부와 유사한 공간 해상도로 확장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연구에서 개발한 멀티모달 인공감각소자는 향후 의수·의족과 같은 의료 보조기기, 웨어러블 전자피부, 소프트 로봇, 로봇 그리퍼, 인간-기계 인터페이스 등의 분야에서 미래 로봇의 촉각 인지 기술로 폭넓게 응용돼 피지컬 AI의 핵심 기술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여러 센서를 복잡하게 적층하지 않고도 하나의 초박형 소자에서 복합 자극을 처리할 수 있어 시스템 간소화와 높은 감각 해상도 확보가 가능하기 때문에 차세대 지능형 촉각 플랫폼의 핵심 기술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고승환 교수는 “이번 성과는 여러 개의 센서를 겹겹이 쌓지 않고도 하나의 초박형 소자 안에서 인간의 피부처럼 열 자극과 기계 자극을 함께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을 처음으로 구현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향후 웨어러블 전자피부와 의수, 소프트 로봇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람 피부에 가까운 고해상도 촉각 정보를 구현하는 기술이자 로봇에게 인간 수준의 촉각인지 능력을 부여하는 피지컬 AI의 핵심 기술로 확장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논문의 제1저자인 김권규, 방준혁 연구원은 서울대 기계공학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김권규 연구원은 미국 애플사, 방준혁 연구원은 미국 캘리포니아 공과대학교(California Institute of Technology)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NRF) 글로벌리더연구의 지원(과제 번호: RS-2025-11092968)을 받아 수행됐다.
네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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