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 어르신 삶을 AI로 재현… ‘AI 추억 영상’ 첫 공개

최고 관리자 기자

등록 2025-12-10 12:30

중구가 대학생과 함께 어르신의 생애 기억을 AI 기술로 영상화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중구, 어르신 AI추억 영상 발표 장면.10일 서울 중구가 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대학생 AI 기술교육과 어르신 돌봄을 결합한 ‘어르신 AI 추억 영상 만들기’ 사업을 진행해 관내 어르신 18명의 삶을 영상으로 재현했다.

구는 지난 3일 발표회를 열어 완성된 영상을 공개하며 사업의 성과를 공유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AI 기반 기술을 활용하면서도 세대 간 소통과 돌봄 기능을 결합한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구는 지난 8월 공개 모집을 통해 관내 거주 어르신 18명과 동국대학교 학생 9명을 선발했다. 학생들은 AI 영상 제작 기술 교육과 함께 정서적 고립감이나 우울을 겪는 어르신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방법을 배우는 심리상담 전문교육을 병행했다. 매칭을 통해 짝이 구성된 뒤 학생들은 본격적인 영상 제작 과정에 돌입했다.

영상 구성은 학생들의 가정 방문에서 시작됐다. 학생들은 어르신 가정을 찾고 대화를 나누며 친밀감을 쌓았고, 그 과정에서 모인 이야기와 기억을 토대로 영상 스토리를 만들었다. 오래된 사진과 물건, 어린 시절 경험, 직업과 인생의 전환점이 된 사건 등 개별 기억이 창작의 근간이 됐다. 학생들은 AI 기술을 활용해 이러한 기억 조각을 생동감 있는 영상으로 구현했다.

완성된 18편의 영상에는 가난 속에서도 가족을 위해 헌신한 기억, 청년 시절 ROTC 장교로서의 자부심, 만학도로 학업을 이어간 성취, 반려견과의 추억 등 다양한 삶의 이야기가 담겼다. 중구가 서울시 자치구 최초로 지원 중인 어르신 교통비 혜택을 누리던 일상도 기록에 포함됐다. 영상은 어르신들의 스마트폰에 저장돼 언제든 꺼내볼 수 있는 개인 아카이브로 남게 됐다.

구는 한국공학대학교 김호경 교수의 자문을 받아 어르신 회상 활동 기반의 AI 심리상담 기법을 접목해 학생들의 역량을 높였다. 어르신들에게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청년과 교류하는 과정이 의미 있는 시간이 됐다는 평가다. 발표회에서는 참여 어르신과 동국대 학생, 생활지원사가 참석해 영상을 함께 시청하고 제작 과정에 대한 소감을 나눴다.

참여자들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세대 간 교류와 자존감 회복의 효과를 체감했다고 전했다.

정만세(76) 어르신은 “옛날 사진 속 내가 움직이는 걸 보니 너무 신기했고 영상 속 열심히 살아온 모습을 보며 자부심을 느꼈다”며 “친구들에게 자랑했더니 모두 해보고 싶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동국대 박혜진 학생은 “AI 기술을 배우고 어르신 이야기를 듣다 보니 세대가 이어지는 느낌이 들었고, 저마다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밝혔다.

구 관계자는 “청년과 소통하며 첨단 기술로 삶을 회고한 어르신들이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자존감을 되찾기를 바란다”고 말했다.